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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한국 미디어 산업의 부상과 이에 따른 한불 문화 교류의 기회


차유현, 황지온


한류는 한국과 관련된 것이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특히 대중문화 부문에서 한류 열풍이 두드러지고는 한다. 최근 몇 년간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아 온 것은 사실이나 용어 자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이 시작된 것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개념이다. 초기의 한류는 K-pop 등 미디어 산업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후 이 열풍은 점차 서구권으로 확산하였으며 현재는 프랑스에서도 한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한류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 역시 미디어 산업으로, 미디어 산업의 부상으로 프랑스 내 한국 문화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과 영화 산업에 주목하여 각 부문이 프랑스에서 구축한 입지와 그 위상을 알아보고, 미디어 산업을 필두로 하여 기대되는 한불 문화 교류의 기회에 대해 다루겠다. 


 프랑스에서 K-pop의 인기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프랑스의 K-pop 팬클럽 수는 800개, 가입자 수는 100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K-pop의 인기에 발맞추어 프랑스 파리의 차이나타운에는 K-pop 굿즈 매장이 들어섰으며, K-pop의 선두 주자인 걸그룹 블랙핑크는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Brigitte Macron) 여사가 이끄는 자선 단체 행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프랑스 대사관은 K-pop World Concert, K-pop Talk Concert와 같은 규모 있는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특히 이번 2024 파리 올림픽 기간에 'Korea House'를 개관하여 K-pop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기도 하였다.


 영화 부분에서도 한국 문화는 프랑스에서 강세를 보인다.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입지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계 3대 국제 영화제 중 하나로 매년 5월 열리는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는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것조차 드문 일이었다면, 근래에는 초청을 넘어 입상을 기대할 정도로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가 주목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로 한국 영화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관심이 많이 증가했다. 사회적 불평등을 정면으로 다루며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한국 영화만의 연출은, 독창성과 감각적인 연출을 중시하는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 만하다.


 프랑스에서 한국 미디어 산업의 인기는 여러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미디어 산업의 인기로 말미암아 프랑스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풍이 일어났으며, 이에 따라 프랑스 내 교육기관의 한국어 강좌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사설 교육 기관을 넘어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정규 교육 과정에도 한국어 과목 및 전공이 개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3년 기준 프랑스 내 한국어 반이 개설된 초중고교는 60개 교, 한국어반에 속한 학생 수는 1천 800여 명이다. 또한 보르도(Bordeaux)에 위치한 한 프랑스 대학의 경우 한국어 전공에 대한 경쟁률이 무려 28대 1에 달했다고 한다.


 미디어 산업을 통해 교육뿐 아니라 공공 외교에서의 긍정적인 영향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의 콘텐츠가 프랑스에서 인기를 끄는 만큼 한국에서도 프랑스 미디어를 소비하는 횟수가 증가하는 추세이기에, 양국 미디어 산업의 교류로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며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프랑스 음악의 인기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인기는 유튜브에 한국인이 생성한 프랑스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수백 개에 달한다는 사실로부터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래퍼 Yamê의 대표곡 'Bécane'의 라이브 영상은 한국 소셜 미디어에서 수 만 번 리그램되었으며 해당 노래의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한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48만 회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가수 스텔라 장이 프랑스어로 낸 노래인 'L'amour, Les Baguettes, Paris'는 전 가사가 프랑스어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앨범에서 한국어로 쓰인 타이틀 곡을 능가할 정도로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는 스텔라 장의 대표곡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스텔라 장은 프랑스에서 자란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로, 프랑스의 문화와 분위기를 담은 노래를 주로 발매한다.


 한편 영화 부문에서 또한 프랑스의 미디어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한 영화 감상이 쉬워진 만큼, 한국 대중은 프랑스 영화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영화만의 예술성에 매료된 기존 프랑스 영화 애호가들 뿐 아니라, 서울의 씨네큐브 등 프랑스 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한국 예술 영화관에 힘입어 프랑스 영화 관람층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나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같은 한국의 주요 영화제에서도 프랑스 영화가 자주 상영되며 프랑스 영화의 문화적 가치는 한국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한류가 프랑스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양국 간에 미디어 산업이 적극적으로 교류되기에, 이를 시작으로 양국의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 교류는 양국의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상호 이해와 존중의 기반으로 작용하기에, 활발한 문화 교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미디어 산업을 포함한 한불 문화 교류의 활성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유대와 협력 강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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